무겁게 하루가 내려지고 있다
도심의 산동네 불꺼진 이발소 귀퉁이
고집스레 지켜온 싸인볼 위로
여울처럼 남아 맴도는 얼굴 얼굴들
흐르는 것이 강물이라고 모두가
떠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랫동안 변방의 역사로 살아온
우리도 이젠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야 할 때다˝ 쌀집, 희미한
텔레비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
저 혼자 비장하다
덕지덕지 니코틴 시커먼 이빨로
반 토막 남은 담배 물고선 노인은
오늘도 낯설기만 하다 멀리 자식들이
사는 휘황한 아랫마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