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거리에 혼자 사는 복스럽던 길재 어무이가 부황나서 들어 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죙일 어디 갔었는지 새벽에 돌아온 봉만 아저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
돌삐에 퍼질른 논밭에는 나가보지도 않고 쓸데없이 자꾸 뽕밭에 두엄만 내고 있다
쓰렛들 방죽에서 주낙으로 잡은 팔뚝만한 가물치를 수챗구멍에 감춰놓았다가
즘심은 먹는 둥 마는 둥 비료포대에 담아 지게에 질끈 동여매곤 훌쩍 나가버렸다
베바지 반쯤 걷어 올려 붙이고는 시거리 방앗간으로 방아찧으러 간다면서
거 참내, 난 한마디 뻥끗도 안 했는데 닭장펄 임 과수댁이 그 걸 어찌 알고설라무네
썰레발을 치는 통에 동네 방네 다 알아 부렀다. 한 서너해 혼자 살면서
밀가루 쳐바른 얼굴로 나다니던 그 능글스런 아지매는 나를 끔직이도 애꼈었는데
아저씨랑 가깝다고 그랬는지, 버그내장 서는 날, 신작로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가게방으로 나를 끌고 가서는 미르꼬와 누가를 사주기도 하더니만.....
마흔 넘은 그 아지매가 봉만 아저씨를 죽을 똥 말똥
?아댕긴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나 소문들어 알게되었다
동네를 몰래 뜬지 구년만에 아직도 팽팽해 보이는 길재 어무이는
리어카에 봉만 아저씨 시신을 가마니로 덮고는 어기죽 어기죽 들어왔다
한창 밭일하던 동네 사람들은 눈길 한번 주고는그걸로 끝이다. 이 때
문득 떠올린 임 과수댁은 이미 삼년전에 과수원집 점백이네로 들어간 뒤였다
봉만 아저씨가 도둑질하다 잡혀 두해간에 머슴살았던 그집으로......
아저씨는 그 과수원 울타리 곁에 묻힐꺼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