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8일 일요일

달빛으로

은밀하게 연애하는
인왕산 어두운 수풀이
달빛의 검문으로 화들짝 놀라고
고요히 드러누운 북한강 물길이
달빛의 호출로
뒤척이며 부산하게 일어나고
달빛의 산사태로
담벼락이 무너져 내려앉고
달빛의 돌 하나로
유리창문이 산산이 깨어지고
깊이 파내려간 달빛으로
미루나무 뿌리가 속속 밝혀지고
달빛의 칼부림으로
동백꽃은 지상으로 낙하하고
저 달속으로 저 둥근 무덤속으로
빛을 안고
당신을 안고 들어가는 것이다
달빛으로 내가 지워지는 것이다
지난 날을 묻어버리고
오늘이 문득 사라졌으면 하였다
내일에는 달빛으로
눈물의 진주를 만들어
당신 목에 걸어 주었으면 하였다
달빛으로
허공에 길을 만들어
당신의 끝자락에 가 닿고 싶었다
목숨 환하게 달빛으로 가리고
대책없이 몸을 섞고 싶었다
당신 있는 곳까지
달빛으로 굴러 떨어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