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7일 토요일

가을 숲길은 뜨거웠다

내 나이 서른 아홉에는
빨갛게 활활 타오르는 숲 속 길
뛰어 들어가
태양을 마시는 나뭇잎으로
부서져 보았지
뜨거워서 뜨거워서
金佛로 녹아내린 어여쁜 영혼
노을빛 따라 흐르는 법 깨달았지

저쯤, 먼 발치
˝나도 저 노을처럼, 저 단풍처럼 마지막 숨을 내려 놓아야 할 텐데...˝
하강하는 마른 이파리 사이사이 뿌려 놓은
상아빛 틀니의 흐느낌
˝저 노을처럼, 저 잎사귀처럼......˝
산모퉁이 돌아 가는 노인의 손은 빈 손이다
잡은 손 누가 놓았을까?
산 허리가 뚫렸다
오래전부터 혼자란 것에 익숙해져 있는 무표정
그래, 거칠게 거칠게 타고 있는 저 숲 길
길 잃은 외 기러기
시아를 벗어난 저기, 앉아 있는 것이다.
정녕, 무리지어 걸어 들어 왔는데
아니, 저마다 목소리를 내며 날아 올랐는데
날개마다 털이 빠지고 부러져 있다
언제부터 부러져 있는지 알 길조차 없지만
날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있다, 저기.

가을 불길은 번지어 가고
불 붙은 숲 속으로 깊숙이 깊숙이 들어 간다
불이 옮겨 붙지 않는다
욕심이란 오일이 덕지덕지 엉겨 붙어 있다
미지의 세계로 옮기는 발 길, 가야 할 곳을 잃었다.
빛을 잃었다.
빛이 사라지니 그림자도 사라졌다
터덜터덜 윙윙 울음 우는 소리 들린다.

내 나이 마흔이 넘으면
눈물 없는, 이별 없는
활활 타오르는 숲 길, 노을 뿌리는 산 길
막힘이 없는 길,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