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이럴 필요가 있나
전 같으면
핸드폰이 없었던 전 같으면
그저 물소리나 새소리를 들으며 걸어갔을 산길인데
쉴 때마다
˝여보세요 여긴 북한산인데
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실은 지가 외로우니까
지가 산에 빠진 것이 아니라
지가 빠진 사람을 핸드폰 속에 집어넣고 지가 빠진 것이니까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이왕에 산에 왔으면 산새소리나
물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지
산은 뒷전에 두고 사람을 끌어드려
시달려 온 사람의 소리에 시달릴 일이 아닌데
˝여보세요 여긴 북한산인데 산이 깊어질 수록 당신이 ... ˝
혹시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당신이 자꾸 산보다 커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