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8일 월요일

시누대 숲에서

시누대 숲에 바람 분다
왕대처럼 꼿꼿하지 못한
내가 무척 흔들린다
허공을 가르는 댓잎처럼
내가 결단코 날카롭다
간혹 한 쪽으로 떠밀려
벼랑같이 선 대숲이 어둡다
입구에서부터 번뇌로 빽빽한
저 삶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어제 비바람에 뿌리 뽑힌
들녘의 보리처럼 잠깐 숨을 놓고
저 위의 미륵 만나러 간다
누군가 자꾸 발목을 잡아당기는지
돌계단에 헛디뎌 무릎을 꿇는다
삼배 절 하며 올라가라는
시누대 숲의 바람 소리
저 숲속에 서면
반석만 남은 폐허의 절터 같은
내가 다 감춰질 것 같다
시누대 하나 꺾어
무너지지 않는 탑을 세운다
조만간 닥쳐올 마음이다
친견하고 내려가는 길에 쏟아지는
우박 같은 게 햇살 같은 게
머리를 친다
시누대 숲이 좌우로 갈라지고
눈 앞에 환히 열리는 길
사람 하나 다닐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