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6일 토요일

이기심

이기심

며칠전인가 가슴 한구석에 실금 터질 땐

찬바람에 거칠어진 손등 터지듯

가슴도 환절기 맞는가 그리 가볍게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푸른 눈이 돋아나고 있다
이제 가을도 깊어 가는데

어울리지 않는 이 새싹 무슨 소식 전하려는가

한 송이 꽃조차 키워본지 까마아득한 이 메마른 가슴에

한줄기 빛자락조차 움켜잡을 수 없는 이 차가운 가슴에
그런데 하 이상한 일

낡아버린 이 몸이 허물을 벗고 있다

거듭나지 않고는 하늘나라 갈 수 없다는 듯

벗어내지 못한 허물로는 사랑나라 갈 수 없다는 듯
그리고 그저 좋았다

이유야 있어도 없어도 그저 좋았다
시린 눈처럼 차마 마주하지도 못한 채

뒷그림자만 슬몃슬몃 담아오는데도

온 누리는 왜 그리 밝아오는지

풀벌레 울음소리조차 정적 속으로 묻혀버리는데도

옷자락 스치는 소리 한숨짓는 소리에도

천둥소린 양 가슴은 왜 그리 울어대는지
그리고 또 그저 좋았다

이유야 있어도 없어도 또 그저 좋았다
그저 좋다 보니 당신 가슴 홀로 드비고

당신을 붙박이처럼 홀치두어

가슴치며 울려나오는 기도소리 외오곰 듣고 싶어진다

그래 내 마음은 시 되고 노래 되어 당신에게 다가가는데도

가슴은 막상 당신을 못박아 십자가에 매달고 있다

(바리새인 빌라도가 어디 따로 있으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기도할 땐

듣고도 못들은 척 한 켠으로 비켜서 있다

만일 내가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지나갈 수 없거든

당신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기도할 땐

득달같이 달려가 당신 소원 온전하게 이루어 주고 싶다
온전한 사랑 이루기 위해 그리 해야 한다면

즈믄 번에 즈믄 번이라도 당신에게 십자가 지우고

성배에 흘린 피 거둬들여

이 가슴에 이 새싹을 피워내고 싶다


(후기)
- 홀치다

벗어나거나 풀리지 못하도록 동이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마음
꿰메어 홀친 설음 이고 업고 가는 길
치자빛 취한 놀에 구름이 뜬다
(강인한, ′흥부의 마음′)
- 외오곰(古語)

홀로
- 드비다

뒤지다

장태에 오르니, 서풍에
어디서 훈훈한 이 향기
이 근방에 분명 약초 익어가는 듯
오늘은 도라지, 고사리 그만 두고
풀 속 드비어 약초를 캐자, 산삼을 찾자
산중에 자유가 있네
영기(靈氣)가 있네
(김동환, ′山家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