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8일 월요일

임영석의 ´믿음에 관하여´ 외


<믿음에 관한 시 모음> 임영석의 ´믿음에 관하여´ 외

+ 믿음에 관하여

나무를 보니 나도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겠다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 있어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다가 가야겠다
그러려면 먼저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에
내 마음의 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눈과 비, 천둥과 번개를 말씀으로 삼아
내 마음이 너덜너덜 닳고 헤질 때까지
받아적고 받아적어 어떠한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침묵의 기도문 하나 허공에 세워야겠다
남들이 부질없다고 다 버린 똥, 오줌
향기롭게 달게 받아먹고 삼킬 수 있는 나무,
무엇을 소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무,
누구에게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그런 나무의 믿음을 가져야겠다
하늘 아래 살면서 외롭고 고독할 때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싶을 때
못 들은 척 두 귀를 막고 눈감아 주는 나무처럼
나도 내 몸에 그런 믿음을 가득 새겨야겠다
(임영석·시인, 1961-)
+ 이만한 믿음

주여
뜨겁게 믿는
믿음을 주옵소서
믿음의 불길이
타오르게 하소서
귀가 멀고
석고처럼 굳어진 사지에
새로운 생명의 피가 돌게 하고
맑은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고
새로운 하늘의 광명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고
신선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코로써
스스로의 믿음을
증명하게 하옵소서
당신의
말씀만으로
육신의 병을 물리치게
하옵시고
죽은 자 가운데서
일어나게 하옵소서
갈릴리 바닷가에 나부끼는
무화과나무 잎새 같은
신선한 삶을
누리게 하옵시고
갓 피어오르는 불길 같은
믿음으로
당신을
찬양하게 하옵소서
주여
열이 오른 이마를
짚어 주시는 당신의 손길,
앓아 누운 자리에서도
함께 하시는 당신의 은총
눈을 감고도
뜬 것보다 더욱 선명하게
당신을 뵈올 수 있는
믿음의 자리가
되게 하옵소서
주여
뜨겁게 믿는
믿음을 주옵소서
활활 타오르는
믿음을 주옵소서
믿음의 불길로써
전날의 모든 것을 태우고
새로운 생명의 피가 돌게 하고
거듭나게 하소서
˝이스라엘 중에서도
이만한 믿음을 만나보지 못하였노라˝ 하신
당신의 말씀이
제게도 임하는
뜨겁게 믿는 자가 되게 하소서.
(박목월·시인, 1916-1978)
+ 믿음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고 기대하는
소망의 의지가 없었다면
내 눈이 어찌 사랑을 보며
계절처럼 찾아드는 눈물을
어떻게
말갛게 말릴 수 있었는지
쉬지 않는 위로와
안식의 어깨로

세상을 이깁니다
(정연옥·시인)
+ 믿음의 길

주님께서 내 마음의 문 두드리사
새롭게 열린 이 길은
결코 혼자만이 가는 길이 아닙니다

이 길은 함께하는
행복함이 있습니다
이 길은 어울림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이 길은
복을 듣고 깨달은 사람들
죄악을 회개한 사람들
성령을 충만히 받은 사람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찬양하며 경배하는 사람들이
가는 길입니다

이 길엔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기쁨과 감격이
아무도 만들어내지 못할
평강과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길은 구원받은 사람들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믿고 고백하고
따르는 사람들
서로 사랑하며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가고 있는
믿음의 길
주님의 엄청난 십자가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새 생명의 구원의 길입니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믿음

기도가 끝나면
믿음이 사라지고
염불이 끝나면
자비가 사라진다고
사랑이 끝나면
무엇이 사라지나
하도 어이없어
말들을 못한다
(이생진·시인, 1929-)
+ 믿음

한 사람 거기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으로 지켜보네

그는
죽어가는 내게
심장 터트려
수혈하셨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내 영혼에
생명의 피를

결국
그는 죽고
나 이제 살아
여기 남았네

그가 남긴
사랑
꼬옥 붙잡고
남은 생애 영혼 위해
믿음으로 살리라
(함영숙·시인, 하와이 거주)
+ 믿음에 대하여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금방 날아갈 휘발유 같은 말도 믿는다.
그녀는 낯을 가리지 않고 믿는다.
그녀는 못 믿을 남자도 믿는다.
한 남자가 잘라온 다발 꽃을 믿는다.
꽃다발로 묶인 헛소리를 믿는다.
밑동은 딴 데 두고
대궁으로 걸어오는 반토막짜리 사랑도 믿는다.
고장난 뻐꾸기 시계가 네 시에 정오를 알렸다.
그녀는 뻐꾸기를 믿는다.
뻐꾸기 울음과 정오 사이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의 믿음은 지푸라기처럼 따스하다.
먹먹하게 가는귀 먹은
그녀의 믿음 끝에 어떤 것도 들여놓지 못한다.

그녀는 못 뽑힌 구멍투성이다.
믿을 때마다 돋아나는 못,
못들을 껴안아야 돋아나던 믿음.
그녀는 매일 밤 피를 닦으며 잠이 든다.
(최문자·시인, 1941-)
+ 크나큰 믿음이

자동차가 불타고
돌멩이와 각목이 난무하던
초겨울 어느 날.
산동네 가파른 골목 끝
빛 바랜 기와집 뒤뜰에는
아침 안개에 젖은 나무줄기와
이슬 맺힌 잔가지들을
참새 서너 마리가 포롱포롱 뛰고 있다.
활시위처럼 퉁겨지는 잔가지의 고른 울림이
내 눈빛을 타고와
내 가슴의 줄을 퉁긴다.
동심원을 그린다.
순간,
크나큰 믿음이
이 세상 가득 출렁인다.
(설태수·시인, 1954-)
+ 믿음의 경주

하나님이 당신을 위하신다.
경주하는 당신을 하나님이 응원하고 계신다.

결승선 너머를 보라.
하나님이 당신의 발걸음 하나하나 박수를 보내고 계신다.

너무 지쳐서 더는 못 가겠는가?
그분이 데려가시리라.
너무 실망스러워 싸울 힘이 나질 않는가?
그분이 일으켜 세우시리라.

하나님은 당신 편이시다.
(맥스 루케이도)
+ 믿음

살았던 일이 무효가 된다는
믿음은
편하다.

비가 되어 쏟아져버리는 먹장구름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고 그것으로
끝이라는 믿음은
편하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은
까다롭고
불편하다.

사는 일을
죄가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구분하게 한다.
(신용선·시인, 1945-2008)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오정방의 ´김치´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