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8일 월요일

하현달

새벽 뒷산에 샘물 길러가니
이미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 하현달
그 옆에 오로지 하나 남은 새벽별
대나무 죽비를 손에 들어 소리치며
면벽의 하늘 지켜보며 서성거리고
독립문 너머 무악재 너머
인왕산 뒤를 밟으며 따라오는
부서져 반쯤 달아난 저 달의 마음을
나는 아무래도 알 수가 없어서
그대 몸에서 떨어져 나온 분신 같은
나뭇잎 수북하게 쌓여진
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저 달도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대 한 가지 띄워놓고
홀연히 선사처럼 강을 건너가는데
내가 본 것은 그저 달인지 물인지 낙엽인지
저 하현달은 내가 있는 이승의 이쪽에서
네가 있는 저승의 저쪽으로
물을 밟고 가는 것
한 조각 가늘고 긴 쪽배가
나를 삿대질하며 미끄러져 나아간다
세상 바깥으로 한 발 비껴 서서
벼랑 끝 바위 위에 엎드려
나도 거추장스런 육신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던 옷 벗어던지고
동안거에 들어간 혁명의
나무가 되기로 작정을 한다
이파리 다 떨어진 내 속을 들여다 보니
강물을 밟고 가는 달이 보이고
물결 같은 마음에 흔들리는 그대가 보이고
그대의 몸을 밟고 있는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