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그랬었다
살고 있는 북쪽 시베리아
너무 춥다고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한 철 지내자고
겨울 같이 나자고
울산 태화강변 둔치로
대숲으로 들판으로
논으로 밭으로 시내 속으로
붉은 공산주의 속내를 감춘
까마귀들이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으며
날아 오고 있는 중이다
떼로 몰려다니면서
동네마다 요란스럽게 지저대며
곤한 잠에서 깨어나라고
닫힌 집에서 뛰쳐나오라고
힘 들었던 계절 몰아내고
함께 잘 살아보자고
사방에 벽보를 붙이며
선전을 하고 있다
망한 나라의 유물 같이
갈 곳 없는 검은 새들이
이 땅으로 다 몰려들더니
희고 푸른 토박이 새들
부리로 발톱으로 내좇고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햇살 좋은
한 자리씩 다 차지하고 앉았다
그때도 그랬었다
저 까마귀들 가고 난 뒤에
치울 일이 산더미 같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