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부터 겨울의
나무들처럼
때 맞추어 버리지도 못하고
안방에 건넛방에 마루까지
켜켜이 쌓아두었으니
내속에 썩은 것들 참으로 많다
뱃속에는
똥과 오줌이 가득 들어찼다
머릿속에는
가래와 피고름뿐이다
이걸 어떻게 치울까
한철 굶고 지내겠다고
깊은 산속 옹달샘
물만 먹고 가는 새처럼
단식으로 가벼워지겠다는 것인데
몸 속 어딘가에서
지진 일어나고 화산 폭발했는지
팔다리 무척 흔들리고
오장육부 터져버리고
수시로 쳐들어 오는 천둥 번개에
눈 감감하고 귀 먹먹하다
온종일 누군가 내 살갗으로
북 치는 소리, 징 두드리는 소리
한 번도 비워본 적 없는
골목길 쓰레기통 같은 몸에
기름을 부어 불을 확 지르고 있다
거침없이 목 조르며
한 줌의 재로 만드는 저것을 이겨내야
조만간 새싹이 돋아나고
불현듯 꽃망울 터뜨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