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3일 토요일

역설


역설 / 정연복

모래야, 너의 크기를 존경해
작고도 작아서
눈부시게 너른 백사장의
주인공인 너

뿌리야, 너의 높이를 존경해
땅속으로 물구나무서서
보이지 않는 높이로 쑥쑥
자라나는 너

하루살이야, 너의 영원을 존경해
천년 같은 하루를 살다가
총총 사라지는 네 목숨의
찰나 같은 영원

달팽이야, 너의 속도를 존경해
느리게, 아주 느리게
유유히 지상을 거니는
고승(高僧) 같은 너

이문조의 ´잡초처럼 살리라´ 외 "> 임보의 ´아내의 잠´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