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9일 금요일

실연한 알코올 중독자

***

아침 10시.
편의점에서 우유 사가지고 나오는 길.

빛바랜 주홍 잠바, 남루한 청바지의 남자가
내 앞에 비틀비틀 걸어간다.
그의 엉덩이께 얼룩진 부분이
펑퍼짐히 헐렁거린다. 금새 벗겨질듯이.

그가 혼잣말에 열중해 있는 사이,
나는 알코올에 찌든 그의 옆모습을 여유있게 바라본다.

나이는 글쎄 70세 쯤
주름 깊은 얼굴에 헤벌어진 입술

그를 앞질러 뒤 돌아보니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낸다.

한 무더기의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고,
반쯤 비어있는 구강 청정제병이 그의 손에 들려 있다.

벌컥 한 모금 마시고 소리친다.
“수잔 어디있어? 돌아오란말야. 사랑해”

길 옆 잔디에서 먹이 쪼던 참새들 퍼드득 날아오른다.
땅콩을 입에 문 다람쥐도 꼬리가 빠져라 달아난다.

그는 알코올이 함유된 그것을 마시며 비틀비틀 걷는다.

나는 내 아파트로 돌아왔으나, 베란다에서 여전히 그의 소리를 듣는다.
“수잔 어디있어? 돌아오란말야. 사랑해”

경찰차 싸이렌이 울리고,
경찰들은 사랑에 실패한 알코올 중독자를 차에 태운다.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서로 웃는다.
나는 알코올 중독자와 경찰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이제 경찰차도 가버렸고,
앙상한 엉덩이의 가련한 실연자도 떠났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곳을 내려보고 있다.

그의 절규가 귓전에 맴돈다.
“수잔 어디있어? 돌아오란말야.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