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0일 수요일

먼 길 가는 이에게

먼 길 가는 이에게
끝내 등을 보이는 당신
나에 대한 염려를 잊지 않으십니다만
먼 길 가는 당신이 걱정스럽습니다

내 곁에만 맴돌던 당신
신발이 너무 닳았습니다
그 신발 수선하는 동안
잠시 거기 서있으면 안되겠어요?
나만 바라보다가 사시가 된 당신
그 눈 치료하는 동안
내 눈 안에 머무르면 안 되겠어요?

외투에 묻은 머리카락이며
머리카락에 밴 숨결이며
견고히 자리한 기억의 세포들까지
당신에게 남은 나를 지우는 일은
먼 길 가는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손이 떨리고
눈이 흐린데
조금 오래 걸려도 되겠어요?

* 이성룡 시인의 시집 ´비자나무 숲에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