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7일 일요일

나는 술이오니다

아픔 둘이 만나
절름발이 사랑을 한다
남루한 두 영혼의 곡괭이 질
혼신을 다해 절망을 키운다
술잔 속으로
혹성을 탈출한 별이 내린다
잔 위로 기어오르는 광란의 기포
영혼과 영혼의 도화선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애증의 목마름은
하늘의 한 끝도
흑암의 바다도
두려움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거기도 무풍지대가 아니었다
그 곳은 바깥 세상보다
더 질곡의 늪이 깊었다
이제 그의 술잔엔
갈갈이 찢긴 불빛이 쏟아진다
불빛이 불야성을 이뤄 불덩이가 되었다
이제 그는 불덩이를 마신다
이제 그는 콩 조각 만한 세상을 마신다
술도 아픔도 정체성을 잃었다
버림받은 무리들이 길을 점령한다
길은 벌떡벌떡 일어서고
나는 끝없는 나락으로 몸을 던진다
느슨한 죽음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