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6일 금요일

아버지 날 키우실 때는



아버지 날 키우실때는

-최옥-

아버지 날 키우실 때는
하루에도 몇번씩 가파른 산을 넘으시고
그 비탈진 산밭에서
종일토록 잡초를 뽑았습니다

아버지 날 키우실 때는
얼마나 많은 짐을 지셨는지
사시사철 무거운 리어카를 끌었고
차가운 부뚜막에 식은밥 드셨습니다

아버지 날 키우실 때는
날마다 할일이 태산 같으시더니
이제 늙고 병드시니
나, 해 드릴 일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버지 날 키우실 때는
원할 때마다 쏟아지던 수돗물같은 사랑
나는 얼마나 많은 순간 수도꼭지처럼
아버지 당신의 삶을 비틀었을까요

그 시절 밤마다
품속에서 꺼내주시던 건빵 속에는
눈처럼 희고 달콤했던 별사탕도 있었건만

나 ,잊고 살았습니다
아버지 날 어떻게 키우셨는지
까마득히 잊고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