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5일 월요일
길
길
당신이 다가올 땐
눈살 한번의 맞춤
짧은 탄성
쿵쿵 내려앉는 박동의 여운
그리고 모든 길은 내게로 향해 열리고 있었다
몇천 길 멀리 떨어져 있어도 눈 가리워 있어도
거칫거리가 막고 또 막아서 헤살 놓고 있어도
당신은 내 원둘레의 한 점
눈박고 해바라기 되었다
당신 떠난 오늘
맞출 수 없는 눈높이
긴 탄식
종 못 잡아 흔들리는 울렁울렁
한 길 넘는 잡초가 당신 마음에 드리워 있다
숨 닿을 거리 지척이라 하더라도
걸림 하나 없는 일망무제(一望無際) 벌판 위 있어도
당신은 하 많은 둔치 사람파도 한 점
시르마움에 눈 감을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신과의 오롯한 승천
당신 향한 그리움에 물꼬 터야 한다면
내 여는 길은 모두 당신 바라보는 길
당신께 다가갈 수밖에 없다
사랑은 산 길과 같아 자주 찾지 않으면
잡초 우거져 더 이상 찾을 수 없나니
그래 아무 데라도 가자 우선 길을 내자
오르며 나리며 헤뜬다 모두 바자니는 건 아니다
걷다 쓰러지면 기어가리라
기어가다 지치면 노래하리라
노래하다 기력 다하면 당신께 기도 바치리라
미처 못 채운 반쪽 길
부디 온전하게 하여주시길
그리고 혹여 한울님이
당신과 나 둘 중 하나만 곁에 두고 싶다 하시면
당신 두시라 말씀드리리라
가다 길 위에서 쓰러진 자
당신이 세워준 비명(碑銘) 하나면
귀천(歸天)하는 노자돈으로는 흘러 넘치리라
(후기)
- 눈살
눈빛
그러다가 눈살이 마조첫다 번개가치 급하게/
처녀는 사내 눈살에 뜨거운 빗이 잇는 걸 보고 이내 골을 돌렸다
(김동환, 눈 우에 오는 봄′)
『눈살』에는 『두 눈썹 사이에 잡힌 살』이라는 의미도 있다
『눈살을 찌뿌리다』가 그 예이다
- 헤살 놓다
남의 일을 짖궂게 방해하다
남이 바꿈질을 하는데 왜들 나서서 헤살을 놓소?
(홍명희, ′임꺽정′)
- 둔(屯)치다
군중이 한 곳에 떼지어 머무르다
- 시르마움
눈이 셔서 제대로 못 보다
바람에 불리우는 잎새의 시르마움을 알거니,/
스스로 뒤철이는 바다 파도의/
쓰라린 살의 아픔을 알거니,/
(박두진, ′숲들의 아침′)
- 헤뜬다
흩어지다
점읏한 西山머리 달은 이미 넘어가고/
거리에 어린 안개 등ㅅ불은 조을고 있고/
발자욱 헤뜨는 소리 가지은 듯 멀어라
(이병기, ′밤(2)′)
- 바자니다
부질없이 왔다갔다 하다
『바장이다』의 옛말
오르며 나리며 헤뜨며 바자니니
(정철, ′續美人曲′)
낮에 놀다 잃은 꽃핀 다 저물도록 못찾아/
둥구나무 수풀 속에 거름터미 사립문께/
반딧불 걔웃걔웃 애간장 태워 바자니다
(유안진, ′옛날옛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