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3일 토요일

喪을 찾아가다

가뭄의 장마의 한 해마다
가파른 재 하나씩
넘으며 살아온 삶이
어느새 팔순八旬인지라
목숨 놓고 먼 길 가셨다는 소식에
나도 재 넘어간다
복숭아 꽃밭의 소태재 넘어간다
사과꽃 만발한 박달재 넘어간다
문경새재 배꽃밭 넘어간다
꽃들도 기별을 들었는지
애도의 뜻을 전해달라고
꽃비의 눈물 흘린다
걸어온 生이 험해서일까
喪 찾아가는 길에
저절로 굴러가는수레의 바퀴가
흔적없이 사라져 버리고
신마저 어디로 달아났는지
발바닥에 가시투성이다
늦게 온 손님에게 보여주려고
지는 꽃잎 몇 부여잡고 있는
늙은 자식들의 눈망울에
바람이 차다
온기 없는 꽃 밟으며
무덤까지 다녀온 길이 꿈결같다
나도 제 몸 죽이고
낯익은 이름 하나 붙인
재 넘어가야 하는 삶 아닌가
상喪을 찾아 재 넘어가는 길이
하나도 낯설지 않는데 나도
오월에 흩날릴 꽃밭 있을까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