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1일 일요일

내 님의 모습은


내 님의 모습은 / 정연복

내 님의 모습은
철 따라 흘러갑니다

햇살 따사로운 봄에
내 님은
평화로운 들판
고운 자줏빛의 다섯 잎
제비꽃으로 피고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이면
내 님은
수수한 옷차림의
마음씨 좋은 아줌마 같은
해바라기로 피고

산들바람 솔솔 부는 가을에
내 님은
오가는 이들에게 춤추며 인사하는
명랑한 아가씨 같은
동구 밖 코스모스로 한들거리고

찬바람 씽씽 불어대는 겨울이면
내 님은
고단한 참새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엄마의 따뜻한 품속 같은
미루나무로 우뚝 서 있어요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 어디에나 아스라이 떠오르는 내 님은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지만

내 마음속의
내 님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는 하나

한세상 살다 한순간 고요히 사라질
이 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꼬옥 품고 싶은 아리따운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