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3일 토요일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로 하기

집에 있는 시간 보다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다 보니 누군가 마음에 드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호감으로 시작하였다가 자주 눈을 마주치게 되고 상대방도 나에게 미소를 보내주게 되는 순간부터 사랑이라는 그 미묘한 감정 중간 쯤에 해당되는 그리움이 나타난다. 그런 다음에는 꿈속에서도 나타났다가, 그 사람이 있는 근처를 헤메기도 하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놓기도 하다가 편지를 써 보고 찢어버리기도 하다가 막상 만나면 아무 할 말이 없는 그런 몽유병 같은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커피라든가 생맥주라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그 어느 날부터 진짜로, 정말로 두 사람만의 은밀한 만남, 밀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만나서 손을 만지고 입술을 훔치고 그리고 나서 점점 건너가면 안 될 그 경계선까지 넘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확인한 후에 이제는 이별이 오는 것이다. 내 사랑 여기까지 라며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다. 상처받은 한 마리의 새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사랑하는 방법일까? 아니다.
이제 사랑은 이렇게 하기로 하자

사랑은 말 없이 내 건너편을 바라보는 것
사랑은 먼 곳에서 나 아닌 나를 그리워하는 것
사랑은 물처럼 혼자서 흘러가는 것
사랑은 불처럼 나를 태워버리는 것
사랑은 바람처럼 먼저 나를 흔들면서 오는 것
사랑은 비처럼 대지를 흠뻑 적셔주는 것
사랑은 숲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사랑은 강처럼 말없이 건너가는 것
사랑은 섬처럼 고독하고 외로운 것

사랑은 나무처럼 자주 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꽃처럼 피었다 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해처럼 달처럼 별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늘 나와 함께 있는 심장
그래서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로 하자
그래서 그래서 정말로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