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시간 보다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다 보니 누군가 마음에 드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호감으로 시작하였다가 자주 눈을 마주치게 되고 상대방도 나에게 미소를 보내주게 되는 순간부터 사랑이라는 그 미묘한 감정 중간 쯤에 해당되는 그리움이 나타난다. 그런 다음에는 꿈속에서도 나타났다가, 그 사람이 있는 근처를 헤메기도 하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놓기도 하다가 편지를 써 보고 찢어버리기도 하다가 막상 만나면 아무 할 말이 없는 그런 몽유병 같은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커피라든가 생맥주라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그 어느 날부터 진짜로, 정말로 두 사람만의 은밀한 만남, 밀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만나서 손을 만지고 입술을 훔치고 그리고 나서 점점 건너가면 안 될 그 경계선까지 넘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확인한 후에 이제는 이별이 오는 것이다. 내 사랑 여기까지 라며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다. 상처받은 한 마리의 새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사랑하는 방법일까? 아니다.
이제 사랑은 이렇게 하기로 하자
사랑은 말 없이 내 건너편을 바라보는 것
사랑은 먼 곳에서 나 아닌 나를 그리워하는 것
사랑은 물처럼 혼자서 흘러가는 것
사랑은 불처럼 나를 태워버리는 것
사랑은 바람처럼 먼저 나를 흔들면서 오는 것
사랑은 비처럼 대지를 흠뻑 적셔주는 것
사랑은 숲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사랑은 강처럼 말없이 건너가는 것
사랑은 섬처럼 고독하고 외로운 것
사랑은 나무처럼 자주 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꽃처럼 피었다 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해처럼 달처럼 별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늘 나와 함께 있는 심장
그래서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로 하자
그래서 그래서 정말로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