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박 순 기-
촉촉한 햇빛으로 내린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그대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냥 스스럼없는 편안함으로
해맑게 웃을 수 있었고 살풋한 감성으로
응석 섞인 어설픈 몸짓도 낯설지 않았던
그대와 나
영원하리라
하늘이 갈라놓은 그날까지 우리의
진실은 지금처럼 한결같으리
애틋한 사랑을
곱게 접어
떨어지는 이슬방울 속에
나눠 담아놓고
날마다
새벽 오면
꾹 눌러 참아낸 그리움
어느 날 문득 견딜 수 없는 보고픔으로
와락 젖어든 이슬이라면
나 그땐 어찌 감당해야 할는지
곧 쏟아질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물은
어느새 먹먹한 가슴으로
예견될 만약을 붙잡고
그대 안에 있는 내 마음
가시나무새 되어 파르르 떨리는 입술 간신히 열어
차마
그대를 입 밖으로 불러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창가에 걸린 햇살은 파란 잎 팔랑이며
아가 걸음마 하듯
더듬더듬 가슴 언저리 앉아
촉촉한 속삭임 보채며
흩트려 놓은 생각들 자근자근 밟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