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2일 월요일

저어새 날아오면

간월호 해미천으로
노랑부리 저어새 날아오면
나도 따뜻한 나라를 향해
노를 저어 저어
철새처럼 이곳을 떠나야겠다
이 땅에 조만간 눈 많이 와서
허공의 길 끊긴다는,
얼음 두껍게 솟아 올라서
뱃길 막힌다는
소식을 미리 전해 들어서
저 아래 남쪽의 아프리카 섬같이
솜털의 햇볕 두툼한 곳으로
횡단열차처럼 떠나야겠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깃털이 다 빠져 버리고
부딪혀 온통 물집뿐이라도
다시 돋아날 생에 대한 희망으로
저어새처럼 하늘을 저어 저어 가자
그곳에서 한 철만 지내다가
꿈결같다고 돌아오자
날개가 돋아나려고 하는지
겨드랑이가 슬슬 가렵다
몇 번 바닥까지 추락하였으니
이 땅을 박차고 날아오를 수 있겠다
부채처럼 팔을 마구 흔들었으니
목숨 뜨겁게 불 지펴야겠다고
저어새처럼 한 세상 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