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5일 목요일

불을 지르다

네 마음을 알았으니
이쯤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을 보아야겠다
비 내린 전날의 뿌리를
여태 놓지 않고 있어
축축하게 젖어있는
저 아래 발바닥부터
지난 해 얼마나 흘렸을까
눈물도 핏물도 다 빠져나갔으니
살 벗겨지고 바짝 말라버린
저 위의 머리 끝까지
가슴 속 깊이 감춰두었던
화롯불을 꺼내
네 몸을 뜨겁게 달궈야겠다
다음에 같이 살 생生이라고
문 닫힌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느라
얼마나 춥고 어두웠겠느냐
동상凍傷 걸린
손발의 너를 따뜻하게 녹여줄테니
내가 지른 불 가까이 다가와서
불이 되어 보려무나
나뭇잎 수북하게 쌓여있고
숲도 깊어
잘 마른 겨울 같은
너와 내가 여기 있으니
타닥타닥 속 타는 소리를 내면서
입 밖으로
매캐한 연기를 뱉어내면서
불 같은 세상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