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5일 목요일

가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도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