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5일 목요일

그사람



그사람

-김미선님-


그의

가운데 손가락에는

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다른 남자들이

반짝이는 반지를 끼고 있으면

이상해 보였는데

그의 왼 손

희고 섬세한 손가락에 끼워진

18k 반지는

좋아 보였다

그는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기도 하고

스틱을 쥐고 드럼을

연주하는 사람이기에

손바닥엔

굳은 살이 박혀 있었고

틈나는 대로 뜯어내는

버릇이 있었다

여자처럼 왜소해 보이는

그의 몸집에 비해

그의 팔은

힘줄이 불거져 있었다

그 사람의 팔을 바라보면

저절로 음률이 되어

살아났고

어지러운 조명이 아래에서

연주하는 모습이 떠올라서

나는 그것이 싫었다

나는 단 한번도 그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지만

뭇사람들 앞에서

보여지는 일을 해야만 하는

그의 직업이 싫었고

왠지

나하고는 전혀

어울릴 사람 같지가 않았다

그것은

서서히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