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7일 수요일

김소엽의 ´결혼을 위한 노래´ 외


<결혼 시 모음> 김소엽의 ´결혼을 위한 노래´ 외

+ 결혼을 위한 노래

외로운 영혼 하나
그리고 또 하나
둘이 만나 하나가 되었네

오랜 헤매임 끝내고
사랑의 눈길 순수의 호흡으로
진한 사랑꽃 피웠네

아담과 이브처럼 벌거벗었으되
부끄러움을 모르는 우리는
에덴동산을 뛰노는 청노루 한 쌍

사랑할 대상을 주는 당신

아-
나의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외친
아담의 첫 번째 고백
오늘 당신께 드리오니
옥합을 받듯 거두소서

머언 훗날
참으로 당신을 뜨겁게 사랑했었다
사랑꽃 한 다발
영원한 향기로 남기리
(김소엽·시인, 1944-)
+ 사랑하는 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결혼은 축복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족을 이루고
평생토록 살아갈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두 사람이
처음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뻐했습니까
만나고 싶고, 보고 싶고,
함께 있고 싶어서
얼마나 결혼하고 싶었습니까

이후로는
새롭게 이루는 가정 속에서
더욱 더 깊은 사랑에 빠져들기 바랍니다

결혼은 행복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받아주고
서로를 기다려줄 때
행복은 더 커져만 갈 것입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될 때
행복과 사랑의 꽃은
날마다 더 아름답게
더 오래도록 피어날 것입니다

결혼은 일생토록 사랑하는 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입니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어른이 되면

˝여보, 여기 앉아 보세요.
발톱 깎아 드릴 테니.˝

˝아니, 만날 어깨 아프다면서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해요.˝

하루 일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 아버지는
밤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 발톱을 깎아 주고
서로 어깨를 주물러 줍니다.

그 모습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빨리 장가들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면
어머니 같은 여자 만나서
아버지처럼 살고 싶습니다.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결혼이라는 새장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새장 밖의 새는
새장 속으로 기를 쓰고 들어가려고 하고

새장 안의 새는
목숨을 걸고 새장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 새장의 이름은
결혼
(몽테뉴·프랑스 작가이며 철학자, 1533-1592)
+ 새장에 갇힌 새

자유로운 새는
바람을 등지고 날아올라
바람의 흐름이 멈출 때까지
그 흐름에 따라 떠다닌다.
그리고 그의 날개를
주황빛 햇빛 속에 담그고
감히 하늘을 자신의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좁은 새장에서
뽐내며 걷는 새는
그의 분노의 창살 사이로
내다볼 수 없다.
날개는 잘려지고
발은 묶여
그는 목을 열어 노래한다.

새장에 갇힌 새는 노래한다.
겁이 나 떨리는 소리로
잘 알지 못하지만 여전히
갈망하고 있는 것들에 관해.
그의 노랫소리는
저 먼 언덕에서도 들린다.
새장에 갇힌 새는
자유에 대해 노래하기 때문이다.
(마얀 안젤로우)
+ 결혼 축시

혼자라는 말
얼마나 쓸쓸하고 고독한가
거리의 쇼윈도에 비친 홀로 된 모습 바라보던,
그 많던 목적지도 잃어버리고 갈 곳 없어 방황하던,
혹은 누군가에게 전화 한 통화 걸 곳 없어 망막해하던,

결혼해요
혼자일 때 등판이 가렵더라도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으나
손닿지 않아도 시원스럽게 긁어줄 수 있는 소중한 사람
낯선 이국 땅 또는, 어떠한 궂은 날에도
이제 자동항법장치를 설정한 것처럼 길 잃지 않으리

이런 동행해요
삶이 덜컹거리는 길일지라도
함께 살아가는 길 걷는 동안
선택하기보다
선택받기 위하여 헌신하고
삶에 기쁨과 행복 만개하기 위해
어두운 길 등불로 밝혀 주며
사슴 같은 해맑은 눈망울
슬퍼할 때나 기뻐할 때
그대 뺨에 흐르는
눈물방울로 살려 하나니
사랑하는 이여
그대의 반은 내 삶이라

이 두 사람은
험난한 가시밭길 놓여 있다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솜사탕처럼 달콤한 기쁘고 즐거운 일도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슬픈 일도 서로 나눌 것이며
희생으로 감싸 안을 것이며
봄볕처럼 따사로운 날에는 희망과 행복을 노래할 것이며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은혜 감사드릴 것이며
사랑이라는 단어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누구와 누구는 영원히 영원히 사랑하리
(안갑선·시인, 1962-)
+ 만파식적(萬波息笛) - 남편에게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두 개의 대나무가 묶이어 있다
서로간에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생기지,
그 빈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그 음악이 없다면
결혼이란 악천후,
영원한 원생동물들처럼
서로 돌기를 뻗쳐
자기의 근심으로
서로 목을 조르는 것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우리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놓이고
풍금의 내부처럼 그 사이로는
바람이 흐르고
별들이 나부껴,

그대여, 저 신비로운 대나무피리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죽순처럼 광명한 아이는 자라고
악보를 모르는 오선지 위로는
자비처럼 서러운 음악이 흘러라......
(김승희·시인, 1952-)

*만파식적(萬波息笛): 신라 시대에 있었던 대나무로 만든 가로피리로, 나라에 근심이 생길 때 이 피리를 불면 신기하게도 나라의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평온해졌다고 한다.
+ 결혼

내 몸보다 작아진 옷을 개켜 현관 앞에 두었다. 나를 입고 버거웠을 옷. 며칠을 두고 드나들며 망설인다. 팽팽하게 조여 오던 숨막힘. 고쳐 입을 생각보다 버릴 생각이 앞선다. 내게로 오기 위해 몸통이 만들어지고 팔다리가 생겨났을 저 옷. 입었던 서로를 벗어 놓고 바라본다. 긴 골목을 돌아 나오며 서로에게 젖어든 시간. 그 냄새 짙게 배어 다른 이가 입을 수도 없는 옷. 다시 집어들고 조이던 실밥을 뜯는다. 한 땀 한 땀으로 기워진 시간들. 세월의 갈피 속에 고이 접힌 시접을 끄집어낸다. 올이 풀리지 않을 만큼 품을 넓히고, 분리된 두 마음을 다시 포개어 박음질을 한다.
(문숙·시인, 1961-)
+ 결혼하지 마세요

그저께 뉴스 못 봤어요? 요즘 신문에도
자주 실리는데, 글쎄 요즘 이혼율이 27%래요. 그러니까 10쌍 중 3쌍은 이혼한다는
소리죠. 별의별 이유가 다 있더라구요. 글쎄 더 웃기는 건
거의 육 개월만에 이혼한다는 거예요. 그게 말이나 돼요?
최소한 결혼까지 생각했으면, 아! 이 사람은 내 나머지 인생을 책임져줄
사람이니까 내가 잘해야겠다. 이쁨 받고 살려면 내가 먼저 잘해야겠다.
정도는 생각하고 결정했을 거 아니에요.
그래 놓고 육 개월도 못 살고 이혼이라니! 아니, 생각 좀 해보세요.
결혼이 뭐 장난이에요? 떨리는 가슴 안고 양가집 다 인사하러 다니고,
또 부모님 상견례 시켜드려야지……. 혼수에, 예단에, 그리고 요즘 결혼식장
빌리기가 그렇게 힘들다면서요? 어쩌면 좋아! 그렇게까지 힘들여 결혼했는데
헤어지다니. 그래, 다 좋아요! 살다보니 안 맞고 잘못 생각했다 싶으면,
뭐 갈라설 수도 있다고 해요. 그럼, 나머지 사람들과 부모님 가슴에
못 박는 거 생각 못하나요?
동생들은 또 지네 오빠, 언니가 이혼 경험 있으니 어디 가서 오빠 언니 얘기 나
오면 말도 못할 테고, 또 애라도 생겨 봐요. 얘한테 어디 그게 할 짓이에요.
한 서너 번 죽었다 깨어나도 못 갚을 빚이지요.
또 뭐라 그러더라? 성격 차이가 가장 심한 사유라고 하던가요.
치! 웃기지 말라고 해요. 뭐 갖다 붙일 게 없으니까
별놈의 핑계를 다 대기는. 지들이 뭐 김건모야?
아니 서로가 이 사람이다 싶으니까 결혼했을 거 아니에요. 그럼,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 뭐, 성격 차이!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까탈스러운 성격이라고 해도 자기가 택한 사람인데 그런
것도 못 참고 이혼이 말이 돼요! 그러고 돌아서면 위자료, 이건 내가 사온 거니
까 내가 가져가야 한다, 웃기지 마라. 살아 준 값 내놔라 그게 무슨 부부예요.
웬수지, 웬수!
근데 정말 그저께 뉴스 못 봤어요? 요즘 신문에도 자주 실리는데, 걱정도 안 되
나 보죠? 그렇게 자신 있으면 결혼해 보든지요. 나야 뭐 당신이 걱정되니까
그냥 알려드리고 싶다는 거죠.
뭐, 딴 뜻은 없어요.
당신이 좀 까탈스러운 것 같아서, 그 성격 누가 다 받아 주나 싶기도 하고,
나야 뭐! 워낙에 둥글둥글하니까 잘해 볼 수 있겠다 싶기는 한데,
그 사람이 더 잘할 건가 보죠? 어련히 알아서 하셨을라구요.
근데 그렇게 좋은가 봐요, 결혼이라는 거?
그러니까 내일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 한 번 해보는 거 아니겠어요.
아침에 둘이 같이 일어나면…… 좋기는 하겠네,
뭐! 성격은 좋은 사람이래요?
아니, 근데 뭐가 그리 바빠서 뉴스도 못 보고 다녀요.
신문이나 보고 사는 거예요?
27%래요, 17%. 요즘 이혼율이!
이혼하면 팔자도 바뀐다는데, 다른 건 다해도 암말 안할 텐데.
내가 원래 성격이 둥글둥글 하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무리 눈에 보이는 게 없더라도 뉴스도 좀 보고 신문도 좀 보고 살아요.
또 뭐냐면 그거 결혼 있잖아요.
그거……, 안 하면 안되죠?
(원태연·시인, 1971-)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