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2일 월요일

솔수염하늘소

허기 달래려고
손 내미는 노인네 얼굴에
솔잎처럼 수염이 꺼칠하다
북 하나 둘러매고
처자식 매정하게 뿌리치며
한 시절 떠돌며 잘 놀다가
이제 돌아와
소나무 같은 고향에 주저앉아
남은 날을 기생하고 있다
저 삶을 곰곰히 뜯어보니
기가 막힌 벌레였다
노동이라고는 해 본 적 없다는
저 가느다란 팔다리로
한때는 하늘소처럼
꽤나 잘도 날아다녔겠다
오늘은 알을 낳으려는지
하루 종일 이불 덮고 누워있다
저 생이 퍼뜨린 유충에 감염되면
약도 없어서
멀정한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시들시들 앓다 보면
조만간 시체가 즐비할 것이다
또 다른 생에 달라붙었던
저 기생충을
곡괭이로 파내어
톱으로 베어버리고 도끼로 패서
화로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활활 獻身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