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4일 수요일

뚝배기

아버지가 말이다
은근슬쩍 아궁이에서 달군
아버지의 몸이 말이다
펄펄 끓어서 손도 못 대겠다
어머니가 말이다
파도 쓸고 마늘도 다져 넣은
어머니의 마음이 말이다
비린내도 죽이고 향긋하겠다
내가 저 틈바구니에서
우연히 목숨 얻었으리라
저 조화로운 生에서
이름을 떡, 하니 부여받았으리라
그래서 내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쥐고 있는 것 아니냐
아버지가 뚝배기 같아서
어머니는 된장국 같아서
이제 막 밥상에 올려 놓았으니
뜨거워 완전히 혀 데겠다
그 맛이 절대적으로 구수하다
오지 그릇 뚝배기 하나 받아놓고
후후 불면서
이제는 장작개비 같이 드러누운
아버지를 보고 있다
이제는 도마 위에 비스듬히 놓인
어머니를 보고 있다
불도 꺼지고 칼도 사라지고
빈집 같이 차가운
뚝배기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