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生)은 / 정연복
한 걸음 한 걸음 디뎌온
세월의 그림자가
어느새
길게 늘어졌구나
바람 같은 세월의 하늘에서
둥둥 한 점 구름으로
흘러온 날들이
이제는 꽤 쌓인 거야
푸른 파도 넘실대는
그 바닷가 하얀 모래밭에서
동무들과 함빡 뒹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나의 까맣게 출렁이던 머리카락에
어느덧
파뿌리가 하나 둘
둥지를 틀고 있어
세월의 파도를
쉴새없이 넘어
나의 생(生)도 이제
무척이나 깊어진 거야
가만히 뒤돌아보면
나는 가난뱅이가 아니었구나
나를 사랑해 주었고
나의 사랑을 받아 주었던
고마운 벗들과 이웃들이 있고
세월 따라 겹겹이 쌓이는
보석 같은 추억들이 있으니
말없는 은총으로
지금껏 나의 생을 보듬어 주신 그분께 감사하며
나 오늘도 내일도
기쁘게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