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차
- 도종환
날이 저물고 나는 또 떠나야 합니다
산맥들 사이를 지나
멀리서 다가오는 밤차의 불빛이 보입니다
언제부턴가 내 안에 당신 아닌 것들이
조금씩 깃을 치다가 날아갑니다
돌아가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곁으로 다시 달려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내 안에서부터 끄덕이며
당신을 떠나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그날도 당신 곁으로 돌아가고 싶을 겁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길이
이렇게 지치고 긴 여행길이어서
기약할 수 없는 걸음으로 가야 하지만
길의 끝에 서면
언제나 돌아가고픈 곳은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