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3일 화요일
햄버거 먹는 남자[장정일]
햄/버/거/
먹/는/ 남/자/
냉장고 문을 열자 희미한 야간등이 비친다
그는 채소더미 속에 묻힌 햄버거를 꺼내고
코카콜라 캔을 하나 꺼낸다 그리고
티브이를 보던 방으로 돌아와 햄버거를 싼
폴리에스터 곽을 쓰레기통에 넣고
조심스레 은박지를 벗긴다 깡통고리도 따서
쓰레기통에 곱게 넣는다
콜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그는 약간
딱딱해진 햄버거를 한 입 베어문다 추풍령
저쪽에서는 비가 내리는지 티브이에서는
삼성과 해태의 우중경기가 보여진다 그는
천천히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먹어치우고
방바닥에 흘린 소스를 휴지로 닦아 깡통과
은박지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린다
오늘 저녁에도 어머니는 잊지 않고 햄버거를 사 오실까
그는 어머니가 계시는 아케이드로 전화를 한다.
……엄마……나야…많이 팔았어? …집에 들어올때
햄버거 사와…그래…집엔 아무 일 없어…
전화세가 나왔어…기본요금이야…그는
발밑으로 기어들어오는 집게벌레를 신문으로 덮어
눌러 죽인 다음 쓰레기통에 넣는다
저녁에 되어 어머니께서 햄버거 두 개를 사서
돌아오셨다 그는 한 개를 먹고 한 개는
냉장실에 넣어둔다……어머니…삼성이 해태를
6대 4로 눌러 이겼어요……밤이면 그는 이빨을 닦고
자신의 방을 깨끗이 쓸고 닦은 후 이불을 펴고
눕는다 천정에 달린 형광등이 길로틴처럼 뿌옇게
빛난다 나는 내일도 햄버거를 먹을 수 있겠지
**모처럼 이 시를 웃고 살며시 미소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