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3일 화요일

내 만일


내 만일

-강은교
내 만일 폭풍이라면
저 길고 튼튼한 너머로
한번 보란 듯 불어볼 텐데
그래서 그대 가슴에 닿아볼 텐데

번쩍이는 벽돌쯤 슬쩍 넘어뜨리고
벽돌 위에 꽂혀 있는 쇠막대기쯤
눈 깜짝할 새 밀쳐내고
그래서 그대 가슴 깊숙이
내 숨결 불어넣을 텐데

내 만일 안개라면
저 길고 튼튼한 벽 너머로
슬금슬금 슬금슬금 기어들어
대들보건 휘장이건
한번 맘껏 녹여볼 텐데
그래서 그대 피에 내 피
맞대어 볼 텐데

내 만일 종소리라면
어디든 스며드는 봄날 햇빛이라면
저 벽 너머
때없이 빛소식 봄소식 건네주고
우리 하느님네 말씀도 전해줄 텐데
그래서 그대 웃음 기어코 만나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