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강의 다리를 건넌다
이제 보니 나의 사랑, 한강을 닮았구나
머리도 풀어 헤치고 누더기 옷 걸치고
검정 고무신 어딘가 벗어둔 채
시궁창 황톳물 함부로 버려진 폐허까지
오냐 좋다 하고 다 품고 가는 한강
그래 그래 나의 사랑을 닮았구나
그렇게 나를 가슴속 애태우게 하고
그렇게 나를 해바라기 기다리게 하고
버리고 떠난다 하여도
나의 그림자 늘 그래왔던 것처럼
외롭게 또는 쓸쓸하게 섬처럼 서서
탄식의 원망의 저주의 소리내지 않으련다
한강 흘러가는 모습 내 사랑 그대로구나
한 번쯤 눈에 피눈물 나도록 그리워해 본 적도
한 번쯤 하늘 향해 비명을 질러 본 적도
한 번쯤 눈송이 폭탄처럼 갈기갈기 살갗
다 찢어 너의 머리 위로 내린 적도 있었건만
한강, 거부하고 달아나는 너의 눈길을 닮았구나
한강, 뿌리치고 가는 너의 손짓을 닮았구나
얼었다가 녹았다가 하는 계절의 마음 같은
주었다가 빼았다가 하는 주인 같은
죽었다가 살았다가 하는 목숨 같은 한강
그랬다가 그랬다가 돌아서서
한 번도 뒤돌아 보지 않고 가는 너의 발걸음
내 사랑 닮은 한강
물살에 다 떠내려 보내고
텅 빈 집을 지키는 고목나무로구나
영혼을 날려 보내고 뼈다귀만 눕혀놓은 풍장이로구나
누구도 발 붙이지 못하게 제몸 깎아지르고
철저하게 돌아앉은 무인도로구나
절망의 암흑의 한 점 빛이 없는
저 끝간데까지 가 보지 않은 나의 사랑을 닮았구나
저기 저기 내가 흘러간다
한강이 흘러간다
나의 사랑이 한강이 되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