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5일 일요일

바람불어 추운 날

바다 쪽에서
마을버스에 탑승한 젊은이 몇이
15번 종점에서 하차하자
대번에 하늘에 검버섯이 피고
동네를 말아먹을 듯
바람이 잡종 맹위를 떨친다

임대아파트 앞 난전에서
파 나부랭이니 방아 잎이니
줌줌이 놓고 팔던 할매들
오늘도 글렀다며
주섬주섬 보따릴 챙기고

택시 타다 죽은 귀신 예 어디 사나
사람 그림자도 없다며
외길에 쭈욱 차를 대놓고
기사양반들 상가 앞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들고 울상인데

매미태풍 때 바숨질 당해
반신불구가 된 가로수들
구청서 나와 삼바리 버팀목 세우더니
거미줄 방귀동이 듯 한게야
이 바람에도 벌써 삐딱하다

걸핏하면 지딱지딱 들부수어 대니
바람이라면 이가 갈려
낙동강 발치 사람들 밥먹듯이 하는 말
이 문디같은 동네를
언제 내려 갈꺼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