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외곬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네
몇 개의 쓸쓸한 간이역을 출렁출렁 지났네
방금 스쳐 지난 곳이 어디쯤인지도 모른다네
단편적인 두려움이 중얼거리며 나를 흔들었네
무질러진 어둠이 힐끔거리며
내 옆 자리에 삐딱하게 걸터앉았네
서툴고 멀기만 했네 초행길은
언제는 초행길 아니었던 적 있었을까
승차권에 입력된 좌석에 내 마음 한 량 얹었네
출발과 도착이 함께 길 떠나고 있는
그것은 아름다운 묵계였네
내 푸념을 옭아매는 불편한 자리에서
뻗대는 시간의 단추 몇 개 끌렀네
푸른 생각 몇 두름 엮다가 흩어버렸네
초행일수록 넉넉한 삶의 허방, 빈 깡통이었네
찌그러진 입술 꼭 다문 채 나를 훔쳐보네
주저앉은 꿈과 등을 맞댄 자리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뱉었네
쓸쓸한 간이역을 허울처럼 벗어두고
내가 내리는 곳이 나의 종착역인,
미래역 열차
지금도 덜컹덜컹 소리내며 달리는 중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