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일 월요일

딸랑딸랑- 사·랑·해 17

* 사·랑·해 17

가을 / 종소리 김대우

가을은 내게 눈물만 나오게 하는 계절인데
사람들은 연신 즐거운 가을타령이네

굴착기로 내 안을 헤집어 놓고
내 아픈 인생을 투우사처럼 부둥켜안고
사랑은 배반을 하고
평생토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자학을 하고
복수의 눈물로 시퍼런 칼날을 갈고

그게 가을이었는데

도대체 뭐가 찬란하고
황금들녘이 온 세상에 출렁이고
온갖 핑크빛 가을편지가 정신없이 단풍들고
식탁위엔 찬란한 햇곡식 햇과일로 풍성하고
- 정말로 정신없는 사람들
감나무 밑에서 입 딱 벌리고 누워있는
게으른 망상을 탐익하는 사람들

가을은 내게 평생토록 잔인한 계절인데

그녀는 어디로 가버렸나요
그녀는 어디로 가버렸나요

꼬리만을 남겨둔 채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사랑의 도마뱀
하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지
또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 감히 신처럼 단언한단 말인가
아무튼 이미 아이는 해바라기만큼 쑥쑥 컷고
하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키가 작아지시고
- 천하에 불효막심한 자식 놈

지금
오랜 세월의 강인한 버팀으로 강산은 멋지게 변했고
복수의 눈물은 오래전에 스스로 상실됐고
이젠 사람들처럼 나도 이 가을을 사랑하고 싶어
진정으로 찬란한 행복이고 싶어

사·랑·해
사·랑·해

가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