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1일 일요일

수원역을 지나고

나는 수원역을 지나
이십여 분이 되었다

지금,
내가 여길 떠나면
이 자리를 누군가가 채워주겠지
그리고 또 떠나며

잠시 쉬지도 못하고
지나온 세월
아카시아 바람처럼 다가와선
내 가슴에 꽂히는데

달그락대는 기차 소음
앞날의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예언(豫言)처럼
내 귀에 들리는 것일까

바람에 백열등마저 꺼져
어둠이 제다 몰린
하행선 기찻길 옆 저쪽
비까지 추잡하게 내린다

내가 지나가고 있는
이 길,
왜 이렇게도
눅눅하고 씁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