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일 화요일

나태주 시인의 ´행복´ 외


<행복을 노래하는 시 모음>

나태주 시인의 ´행복´ 외

+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나태주·시인)

+ 행복

행복은 행복하리라 믿는 일
정성스런 손길이 닿는 곳마다
백 개의 태양이 숨쉰다 믿는 일

그리운 사람들을 부르며
소처럼 우직하게 일하다 보면
모든 강 모든 길이 만나 출렁이고
산은 산마다 나뭇가지 쑥쑥 뻗어 가지
집은 집마다
사람 냄새 가득한 음악이 타오르고
폐허는 폐허마다 뛰노는 아이들로 되살아나지

흰 꽃이 펄펄 날리듯
아름다운 날을 꿈꾸면
읽던 책은 책마다 푸른 구름을 쏟아 내고
물고기는 물고기마다 맑은 강을 끌고 오지

내가 꿈꾸던
행복은 행복하리라 믿고
백 개의 연꽃을 심는 일
백 개의 태양을 피워 내는 일
(신현림·시인)
+ 행복한 사람

날 때부터
손바닥에 사랑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종달새처럼
사랑 때문에 새벽부터
하늘로 날아가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노랑나비처럼
사랑 때문에 푸대접 받아도
꽃에서 잘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다람쥐처럼
사랑 때문에
산에 가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

오늘 사랑이 있어
미래도 모르고 오늘만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이생진·시인)
+ 행복의 얼굴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김현승·시인, 1913-1975)
+ 행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천상병·시인·1930-1993)
+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모습

사람이 살아가는 여러 모습 중에
가장 부러운 모습은 무얼까요

성공한 자의 화려한 갈채
승리한 자의 당당한 걸음
부유한 자의 우아한 기품

그건 다만 삶의 조건이고 수단일 뿐인데
꽃이 피면 져야 하듯 절정은 한순간인데

나는 보았어요
세상이 뺏을 수 없는 행복한 모습을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전신전령으로 몰두해 있는 모습
운동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젖어 환한 얼굴로 걸어오는 모습
가진 것 적어도 한 밥상에 둘러앉아 들꽃처럼 웃음짓는 모습
(박노해·시인)
+ 행복해진다는 것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은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헤르만 헤세·독일 소설가, 1877-1962)
+ 주문을 외우세요

하루에
한번씩은
자기 자신에게
˝난 행복한가?˝라고 물으세요.

그리고
˝난 참 행복한 사람이야˝라고
주문을 외우세요.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어디서 찾을까
생각하지 않고

지금 매 순간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작자 미상)
+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마음에 그리운 사랑 하나 담고 살면
외로운 두 눈가에 평화가 온다
저 깊고 깊은 밑바닥에서부터
차 오르는 사랑의 물결
비로소 한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 전부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그대
나는 오늘도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
외롭도록 혼자 걸어가는 길 위에
당신의 따뜻한 손이 있어 행복하다

이 넓은 세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가슴을 다 열어 놓고
한평생 맨몸으로 살아도 서럽지 아니하다

우리 걸어가는 길마다
작지만 크게 볼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세상 우리는 행복하다
오늘도 나는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
(심성보·시인)
+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감

정겨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툭 터지고 행복해진다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 보면
머리를 감싸고 있던 고통으로부터
맑고 깨끗하게 벗어날 수 있다

삶의 압박과 어떤 시련도
잘 견디어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달래주고 부드럽게 빗겨준다

움츠리고 싶었던 마음이 넉넉해지고
흔들리고 위태로웠던
마음에 균형이 잡힌다

내 발끝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내 삶이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준다

서로가 마음을 열고
아무런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떤 욕심도 발동하지 않아
밝게 웃으며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다
(이해인·수녀)
+ 행복은

행복은 늘
우리 가까이 있다
새벽을 깨우는
싱그러운 새소리,
우리의 작은 집 작은 창문 사이로
은총처럼 밀려드는
한 줄기 따스한 햇살로
행복은 우리 곁에 찾아온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곁에 맴돌고 있다
아내가 정성으로 끓이는
구수한 된장찌개 내음,
우리의 작은 집 작은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는
남편의 순수한 마음으로
행복은 우리 곁에 살랑대고 있다

행복은 어제나 오늘이나
우리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내의 한결 변함없이
안개꽃 같은 화사한 모습,
세월이 흘러도
마냥 포근하기만 한
남편의 팔베개로
행복은 우리의 작은 집에 살고 있다

행복은 내일이나 모레나
우리 가까이 머물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와 함께 웃음짓는 사람들
우리와 함께 눈물짓는 사람들의
소박한 인정(人情)과 마음 씀씀이로
행복은 우리의 작은 땅에
살아 숨쉬고 있다
(정연복·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소설가 박경리의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