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건너편의
식상한 나를 숨겨놓고
얼굴 다른 것으로
슬쩍 내밀고 싶을 때가
종종 있지 않느냐
나비란 놈은 말이다
고치 같은
갑옷을 지어놓고 지내다가
하루 아침에 탈바꿈해서
오색찬란한 태극무늬로
날개를 펼쳐드는데
세상을 발 아래 두고
마음만 먹으면
저리 가볍게 떠다닐 수 있음을
호언 장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라고 나비와
다른 게 무어 있느냐 말이지
책장을 넘기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한 쪽도 안 되는 삶을
붙들고 있지말아라
네 본색을 드러내지 말아라
수백이나, 수천의
나비로
변신하여 나타나라는 말이다
쇠줄에 묶여있지 말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팔랑팔랑 뛰어다니라는 것이다
숨어있는 저 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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