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6일 금요일

나비의 은유

거울 건너편의
식상한 나를 숨겨놓고
얼굴 다른 것으로
슬쩍 내밀고 싶을 때가
종종 있지 않느냐
나비란 놈은 말이다
고치 같은
갑옷을 지어놓고 지내다가
하루 아침에 탈바꿈해서
오색찬란한 태극무늬로
날개를 펼쳐드는데
세상을 발 아래 두고
마음만 먹으면
저리 가볍게 떠다닐 수 있음을
호언 장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라고 나비와
다른 게 무어 있느냐 말이지
책장을 넘기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한 쪽도 안 되는 삶을
붙들고 있지말아라
네 본색을 드러내지 말아라
수백이나, 수천의
나비로
변신하여 나타나라는 말이다
쇠줄에 묶여있지 말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팔랑팔랑 뛰어다니라는 것이다
숨어있는 저 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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