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났으니
꽃대 세우는 일만 남았다
불시에 들이닥친 환난에
뿌리 뽑힌 것들 많았는데
세파에 휩쓸려 가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 지켰으니
참으로 대견하도다, 황홀하도다
맞아,
어떻게 얻어낸 삶인데
네까짓 지나가는 빗줄기가
함부로 넘볼 수 있는 것이냐
병들고 아파서
한 시절 이불 펴고 누워
죽은 듯 지내본 적 있었으니
잘 알겠지
쓰러진 마음
세워주는 이 없으면
육신(肉身)도 목숨 버린다는 것을
꽃대를 세우는 일이란
세상 제대로 돌려 놓는
것과 같아서
아무렴,
너의 중심 놓치지 말고
벌떡 일어나
하늘을 향하여 발기하여라
땅을 박차고 비상하여라
너의 가녀린 마음의 뼈
똑바로 세워 놓고 싶어서
너의 가냘픈 몸의 꽃
빈 틈 없이 채워 놓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