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8일 일요일

꽃대를 세우며

장마가 끝났으니
꽃대 세우는 일만 남았다
불시에 들이닥친 환난에
뿌리 뽑힌 것들 많았는데
세파에 휩쓸려 가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 지켰으니
참으로 대견하도다, 황홀하도다
맞아,
어떻게 얻어낸 삶인데
네까짓 지나가는 빗줄기가
함부로 넘볼 수 있는 것이냐
병들고 아파서
한 시절 이불 펴고 누워
죽은 듯 지내본 적 있었으니
잘 알겠지
쓰러진 마음
세워주는 이 없으면
육신(肉身)도 목숨 버린다는 것을
꽃대를 세우는 일이란
세상 제대로 돌려 놓는
것과 같아서
아무렴,
너의 중심 놓치지 말고
벌떡 일어나
하늘을 향하여 발기하여라
땅을 박차고 비상하여라
너의 가녀린 마음의 뼈
똑바로 세워 놓고 싶어서
너의 가냘픈 몸의 꽃
빈 틈 없이 채워 놓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