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2일 일요일

별에게 길을 물어 -정호승-

별에가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별에가서 따뜻한 손 잡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삶의 염전에 눈물마저 증발하는 더운 여름날은 가고
소금만 남아 빛나는 가을이 흰 손수건으로 펼쳐져
아직 푸른 아래 저 산 너머 눈 뜨지 않은
착하고 어린 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해 봅니다.
마침내 그리운 무덤에도 밤이 와 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튀어나와 흩어지는 별
오늘 밤에도 그 사람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며
우리는 또 얼마나 아득해하며
피를 흘려야 합니까.
피 흘리는 손톱 밑에 붉은 첫별이 뜰 때부터
추운 겨울나무 빈 손 위로 마지막 별이 질 때까지
그 사람에게로 가는 길 별에게 물어봅니다.
그 무덤으로 가는 길 별에게 물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