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일 일요일

망초꽃에게

어쩌다
들녘을 거니는 내게야
소담스러운 꽃무리
정겨워, 정겨워서
하이얀 웃음 소리로 들려오지만

종일 논 밭에서
땀을 훔쳐내는
농부들에겐
근심거리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농약 통 등에 지고
하얀 마스크에
꾹 다문 농심農心
그 마음은 오죽하랴
오죽 하리야......

그네들에게도
안쓰러운 안목 있어
시골 들녘
무더기로 피어나 괜스레
눈치 보는 네 마음 알 거다

바람이 시끄럽게 떠들 때에야
못이기는 척
덩달아 깔깔거리는 너를
누군가는 그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으니

들풀로 태어나
그 곳 들녘에
그대로 스러진다 하여도
네가 있음에 큰 위안이다
수줍음 함빡 머금은 네가 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