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일 일요일

안개를 만드는 남자

어제 어느 별에서
누가 내게 보낸 편지를 읽는다
세상에 없는 상형의 문자라
저 암호를 해석하기 어렵다
눈을 감고 손으로 더듬어 가니
우화羽化의 벌레처럼
살아서 꿈틀거린다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간다
펄럭이는 저 날갯짓에
날 풀렸으니 진흙의 길이라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당신의 손잔등에 앉아
성城을 세우고 있는 남자가 있다
당신의, 붉은 장미꽃이
내가 만들어 놓은, 안개꽃에 갇혔다
파도처럼 달려와 부딪히는 안개에
물속으로 가라앉고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안개에
나무속으로 사라지는
맹독의 증세가 있으므로
무지개로 만든 언어
당신을 만나 숲을 이루며
강을 이루는 것을 알겠다
수레에 세상을 다 실어넣고
그 위에 흰 이불 하나 걸쳐놓고 간다
빈 몸으로 닿기 위해
내가 만들어 놓은
안개의 가재도구를 하나씩 흘리면서
먼 별의 신호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