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일 일요일

사랑은 살며시 오네 / 글로리아 벤더빌트(안석근 역)

사랑은 살며시 오네
한적한 여름날들이 가고
덧없는 꽃들도 시들어버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사랑은 더디게 오네
별처럼 밤을 지새우며
얼어붙은 물속에
사뿐사뿐
눈송이가
내려앉듯

조용히 서서히
땅속에 밀이 뿌리 내리듯
서서히 조용히
열이 데워지듯
내려왔다 솟구치는
눈발처럼
그렇게 사랑은 오네

사랑은 뿌리 속에
살며시 스며들어
서서히 씨앗을 싹 틔우네
달이 차오르듯 그렇게
(뿌리, 2004 가을 통권 18호 권두 시)

* 글로리아 벤더빌트(Gloria Vanderbilt, 1924~ )
미국의 여류시인, 미술가, 여배우, 사업가이며 정상급 패션디자이너로
그녀의 이름을 딴 블루진으로 유명함, 명문가에서 태어나 2살 때 아버
지가 별세하자 4백만 달러의 신탁기금 상속자가 되었으나 후견인 싸움
으로 비극 속에 지냈다. 1941년에 할리우드의 Dicicco 와 결혼한 이래
거듭 3번이나 결혼생활에 실패한 끝에 4번째 결혼에서 만난 작가 Wyatt
Emory Cooper와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됨, 위의 시도 그녀가 처음 연속된
불행한 결혼에서 사랑을 찾지 못했으나 마침내 마지막 결혼에서 사랑을
맛보게 된 것을 노래한 것으로 그래서‘사랑은 조용히 서서히 오는 것’
이라고 읊었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