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7일 토요일

화장

저게 누꼬
쟤 이름이 뭐꼬
저 사는 데가 어딨꼬
제 집 놔두고
왜 낯설고 찬 곳에 누워 있을꼬
이게 세상에 뭔 일일꼬
아직 지명知命도 모르는 너를
사자使者 같은 양반들이
예쁘게 화장시켜 주는데
그렇게 바삐 어디 갈 데 있느냐
늙은 부모 모르게
젊은 처 뿌리치고
어린 자식 내버려두고
이게 뭐하는 짓이꼬
제 정신이 있는 겐가 없는 겐가
얼굴 ‹M고 몸 씻고
단정하게 차려 입었으니
먼 길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냐
네 뒤를 부지런히 좇아갔는데
그래 겨우 벽제냐
며칠 금식으로
너는 불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가고
며칠 허기로
나는 불 같은 탕을 훌훌 마신다
화장 하고 나온 네가
한 움큼의 흰 재로 남았다
손바닥 위의 항아리에 담겼다
너를 들고 나오는데
휙, 불어온 가을 바람이 차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