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빨랫줄 / 서동균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에 그려진 새가
비산먼지 덮인 재개발지구 하늘을 날고 있다
누군가 공사가림막에 둥지를 틀어 놨다
이역만리異域萬里 먼 곳이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외침을
다 가지고 오지는 못했을 거다
탕-탕-탕-, 디핑머신의 굉음이
노랗게 버석이는 연탄재를 밟고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밟고 사라진다
새총으로 저항하던 그들의 깃발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연탄재같이 부서진다
마당귀에서 삐꺽삐꺽 헛물만 켜는 녹슨 펌프
나카브사막의 끝을 바라보던 새는
밤의 냉기를 관절을 비틀듯이 떨치고 일어나
철거를 거부하는 늙은 용접공의
옥탑방 빨랫줄에 앉아 하늘을 본다
무너진 집에서 삐져나온 뼈 같은 철근과
철문의 부서진 바퀴를 용접하던
토우치 불꽃 같은 초록빛 태양이
들국화가 간신히 뿌리 내린 골목을 비추고
용접공의 힘줄 같은 낡은 빨랫줄이
온몸으로 맑은 하늘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2011년 계간 <시안> 가을호에서 발췌
2011년 계간 <시향> 현대시 펼쳐보기 50선에 재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