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3일 월요일

★숲은 다시 일어나

숲속에 더위가 덮여
나무들 기진맥진 해 지쳐
서로 기대고
더위 먹은 매미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목청이 터지라 울어 제친다

바람 조차 기운 못 차리고
풀 숲에 누어
입다물고 말이 없는데

며칠 전 내린 폭우의 잔해
벌건 속살을 드러내도록 파여 지고
물살이 넘어뜨린 나무 몇 구루
뿌리 채 뽑혀
개울가에 누워있다

늘 준비하고 성실하게 가꾸며
제 할 일 다 하고 있어도
천재지변의 변수는
평화로운 숲속을
쑥대밭으로 휘저어 놓는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숲은 다시 일어나
아직 가시지 않은 젖은 몸으로
서로서로 재잘거리며
정리하느라 여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