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0일 금요일

눈 내리는 간이역

적재함 가득 실은 눈 기차가
출발의 기적을 울린다.
간이역에 눈이 내리고
내리는 눈을 보면 눈물이 난다.

선로가 뻗어간 곳으로 밤 깊어 갈 때
등불을 들고 떨어지는 눈송이
언 가슴에 타고 지면
길게 뻗은 밤의 가지 마디 마디에
목련을 달아 냈다.

0시의 기차는 새벽으로 떠나고
흔들던 손들이
유리창마다 화석무늬로 남는다.

굳은 얼굴로 선로를 비추던 가로등처럼
갈곳이 없는 사람들이
간이역에 남았다.
가슴마다 톱밥 난로를 피워 놓고
남은 사람들 끼리 마주 보면
흘리고 남은 눈물이 울컥 솟았다.

음성을 떠나 주덕역 달천강을 건너
기차가 충주에 닿기전에
순백의 페인팅을 하듯
눈을 받아내어 어두웠던 시간을 지워갔다.

사랑에 목이 마르는 새벽에
그리움이 하얗게 철길 위로 내리면
사랑하는 사람일 수 록 멀리 보내야 한다.

강가에 박힌 무늬석들 눈을 비비며
나를 알아보기 전에
이제 그만 너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