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7일 월요일

뼈 혹은 얼음

한 세상의 들판에
가을걷이 잘 하고
마른 짚더미에 불을 질렀더니
그 속에 뼈만 남았다
열매 다 먹고 뱉었더니
씨 같은
당신 하나만 남았다
햇볕에
녹지도 않는 얼음 덩어리였다
부러뜨릴 수도 없이 단단한
가시 투성이었다
목에 걸린 것이
날카로운 뼈 같은 세월이었다
발에 밟힌 것이
빙판의 얼음 같은 시절이었다
한 동안 당신이 건네준 손도
당신의 전해준 말도
뼈거나 얼음이었다
가슴속에
날카로운 칼날이 되었다
멋도 모르고 꺼내들고
이리 저리 사방으로 휘둘러댔다
잘 익은 과일처럼
살갗에서 단풍 터지더니
허물 같은 낙엽 벗겨지더니
뼈가 드러났다
눈 내리고 얼음 얼었다
한 세상이 고스라니 옷 찢겨졌다
내가 들어가 누울 자리가
무덤같이 깊고 아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