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시장 좌판으로
어부가 푸른 바다를 끌고 왔다
세상의 그물을 걷어내니
방안에 오징어가 가득하다
얼음속 상자에 한참을 가두었는데
여름 한 낮에
물 껍데기만 오롯이 남아 있다
제 살던 물속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는 살갗은
먼 바다를 가르고 있다
시장 밖으로 나오려니
물속처럼 푸르고 투명하다
나를 두고 나온 것을 알았다
바다 밖으로 나온 물오징어처럼
붉은 피 속의, 흰 뼈 속의 것 버려두고
내가 오직 허공 중의 껍질만 남았다
물 아닌 뭍에 부딪힌
生이 축축하게 젖어있으므로
저 허물의 무게가 천근 같아
물오징어 들고 있는
내가 오히려 가볍게 헤엄치고 있다
오래 전부터 生에 대한 금식으로
지금 나는 배가 고파서
내몸의 껍데기를 올려 놓고
물오징어처럼 데치고 있다
불길에 둥글게 말려나간 나를
칼로 한 입 알맞게 썰고 있는데
바다가 내 깊은 속으로 추락하고 있다